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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안의 유혹, 아이의 얼굴은 마법과 같다

by blogger82391 2025. 3. 3.

아기의 얼굴은 마법과 같다. 자제심을 잃고 얼굴을 찌푸리거나 쉴 새 없이 머리를 끄덕이고 날카로운 목소리로 괴성을 지르는 어른을 볼 때면 우리는 아이가 옆에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새끼 고양이나 강아지를 바라볼 때도 우리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눈을 치켜뜬 채 기쁘게 미소 짓는다. 

 

동안의 유혹
동안의 유혹

 

조그만 아이를 보면 우리는 귀엽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대부분의 고등동물에게도 적용된다. 이는 아이들에 대한 올바른 반응 즉 배려하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공격성을 자제하게 만든다. 같은 종족의 공격성만 아니라 부모의 공격성도 자제된다. 아이가 있는 사람은 이 보호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알 것이다. 특히 새벽 4시에 말이다. 보호 프로그램을 자극하는 요인들은 종마다 다르다. 삐악거리는 병아리 소리 아니면 빽빽하게 난 태아막이나 신체의 부분 변색 등이 그런 것에 해당한다. 만약 어린 얼룩 방울새의 검은 부리를 빨갛게 칠해서 다 자란 새의 부리 모양으로 만들면 그 어린 새는 더는 먹이를 얻지 못할 것이다. 어린 모습의 상징들이 사라지면 자동으로 어른의 보호가 박탈되는 것이다. 백조의 회색 깃털이 하얀 깃털로 바뀌어도 그렇다. 인간도 어린아이처럼 보일 때까지만 사랑스러울 뿐이다. 

 

근본적으로 동안 원칙은 아기에게서 발달한 이웃 만들기 프로그램이다. 

아기들은 그렇게 해서 부모를 만들 뿐만 아니라 낯선 사람들의 거친 태도를 자제시키는데 진화학적 견해에서 보자면 이는 상당히 역설적인 일이다. 왜냐하면 이런 것들은 모두 공통 유전자의 부족에서 나오는 특징으로 여기에는 생식의 이점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이 원리로 자신을 지키고 보호받지만 때문에 다른 데에 관심을 쏟지 못하고 온통 아이에게만 신경을 써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장점이 단점을 이기고도 남는다. 게다가 우리는 다른 종의 아기들마저도 사랑스럽게 여기지 않는가. 그 밖에도 어린아이 스스로가 동안을 위한 인식 프로그램을 사용한다. 아이들은 낯선 어린아이의 얼굴에는 성인 얼굴과는 다르게 반응한다. 자기보다 큰 아이에게는 위협을 느끼고 낯을 가리지만 상대적으로 체구가 작은 아이에게는 붙임성 있게 행동한다. 

 

동안은 자연이 만들어낸 일종의 보호막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의 경우에는 이런 보호막이 발달은 덜 이루어졌지만 거의 성인 용적에 가까운 큰 머리와 작은 얼굴 사이의 비율에서 먼저 나온다. 또한 눈동자도 태어날 때 이미 거의 자란 상태여서 아기 얼굴에는 크고 둥근 눈이 갖춰지게 된다. 이와 더불어 포동포동한 볼 작은 들창코 긴 속눈썹 높고 얇은 눈썹 작고 두꺼운 입술 작고 쑥 들어간 턱 그리고 높은 이마가 있다. 콘라트 로렌츠는 유혹 시스템을 위해 소아 도식이라는 특징을 고안해 냈다. 소아 도식을 이론으로 보기에는 지나친 감이 있지만 좀 과하게 과장된 아이의 머리는 일단 매력적인 효과를 발휘한다. 물론 자연의 한계를 넘어서지 않는 선에서 그렇다. 

 

장난감 회사가 이 이론을 가장 잘 이용하고 있다. 

베이비 본 테디베어 밤비 미키마우스 등이 모두 이 이론을 적용하여 탄생했다. 소아 도식이 과장되면 과장될수록 우리는 그 얼굴을 분명 더 사랑스럽게 여긴다. 아름다움을 주제로 다루는 과정에서 우리는 이런 특징이 가진 현상들을 더욱 자주 만나게 될 것이다. 동안은 태어나기 몇 주 전에 발달하고 태어난 지 몇 주가 지나 젖먹이의 살이 오르고 동글동글한 얼굴로 발달하게 되면서 더욱더 강력해진다. 여러 연구는 소아 도식을 잘 갖춘 아이들이 자기 부모뿐만 아니라 탁아소의 부모들에게서도 더 세심한 보살핌을 받는다는 사실을 확인해 준다. 이와 반대로 귀염성이 떨어지는 외모를 지닌 젖먹이들은 바로 그 이유로 고생하기도 한다. 함께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한 매력을 발휘해야 할 때 자궁에서의 최종 단계가 부족하게 되면 이는 부분적으로 운명적인 결과를 유도할 수 있는 것이다.  

 

 

 

 

올리히 렌츠 지음/박승재 옮김.(2008). 아름다움의 과학. 프로네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