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질문에 뛰어들기 위해서는 1966년에 행해진 한 실험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현대 매력 연구의 초석을 놓았다고 여겨지는 실험이다. 옷장만큼 큰 컴퓨터가 사람들보다 훨씬 똑똑하다고 맹신 되던 당시 미네소타 대학에 있는 한 흑판에 새내기를 위한 컴퓨터 댄스 초대장이 걸려 있었다. 컴퓨터 댄스? 춤이 컴퓨터랑 무슨 연관이 있다는 거지?
이 초대에는 매우 매혹적인 무언가가 있었다
춤을 추고 싶은 사람은 모두 자신의 신상정보를 기재해야만 했다. 정보가 있어야 컴퓨터가 딱 맞는 짝을 맺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치 꿈에 그리던 파트너를 더 확실하게 만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그 파티에는 사실 컴퓨터가 사용되지 않았고 대신 학생 지도 선생인 일레인 얼스터만이 파티장을 지키고 있었다. 그는 제비뽑기로 파트너를 정해주었다. 컴퓨터 댄스장으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참가자 전원은 비밀리에 자기 외모 점수를 평가받아야만 했다. 그리고 댄스파티 중간 쉬는 시간에 또 하나의 설문을 작성해야 했다. 컴퓨터의 선택에 당신은 얼마나 만족하십니까? 당신의 파트너를 다시 만나고 싶습니까? 몇 달 후 이 실험의 결과가 학술모임에서 발표되었다. 파트너가 마음에 들어 다시 만나고 싶다고 대답한 사람들이 고려했던 것은 딱 한 가지 요소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바로 파트너의 미모였다. 신상 정보란에 기재된 그 밖의 특성들 예컨대 지능 또는 사회적 능력은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았다. 연구자들은 이렇게 결론지었다. 사랑만 놓고 본다면 모든 사람은 단 하나만을 원한다. 바로 미모다.
고대 그리스인들의 생각도 같았다
플라톤에게 아름다움은 사랑의 전제조건이자 마지막 동기가 되는 최고 자극제였다. 그는 향연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모든 영혼은 자신이 유래한 그곳 즉 신들의 세상에서 찬란하고 영원한 아름다움을 보았다. 그 기억은 상처처럼 내면에 간직되어 있다가 아름다운 얼굴을 마주치거나 탐스러운 육체를 보게 되면 일종의 향수병처럼 되살아난다. 그 사람 곁에 있어야만 진정이 될 수 있는 그런 고통스러운 그리움에 괴로워하는 것이다. 아름다움과 사랑은 에로스라는 개념으로 관계 지어진다. 에로스는 아름다움에서 비롯되는 욕망이다. 성욕을 느끼는 사람 곁에 이인이 있으면 그는 기분이 좋아지고 기쁨을 느끼게 되며 아이를 갖게 된다. 하지만 그 곁에 못생긴 사람이 있으면 음울해지고 슬퍼지며 결국 그를 저버리고 피함으로써 아이를 갖지 못하게 된다. 낳는다 해도 태아는 불구가 된다. 이는 플라톤이 향연에서 한 말이다. 플라톤에게 있어 아름다움은 사랑의 응집 상태와 다름없었다. 이런 그리스적 관점은 독일어에도 잘 드러난다. 사랑을 작동시키는 자극이 그렇다.
주위에 있는 커플들을 주의 깊게 살펴보자
모든 커플이 얼추 닮았다고 생각되지 않는가? 남자가 미남이면 여자도 미인이고 여자가 그저 그러면 남자 또한 그저 그렇다. 우리의 침실은 놀랄 만한 규칙이 지배하고 있다. 신기하게도 눈으로 보기에도 그럴듯한 짝짓기가 일어난다는 점이다. 당신의 파트너는 어떤가? 당신보다 훨씬 더 아름다운가? 아니면 훨씬 매력이 떨어지는가? 당신이 이 질문에 놀라고 대답할 수 있다면 좋겠다. 내가 이렇게 자신만만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이미 그와 관련된 통계를 손에 쥐고 있기 때문이다. 지속적인 관계에서는 외모의 수준이 비슷한 사람끼리 짝을 맺어야 좋은 관계가 유지된다. 외모의 차이가 크게 나는 관계는 훨씬 불리한 위치에 놓인다. 이런 관계는 불안하고 혼외정사가 일어날 가능성도 크다. 교재 연구자들은 매번 이 사실을 확인한다. 물론 외모가 전부는 아니다. 외모 외에도 가치 있는 인자들은 얼마든지 많다. 신분이나 자신감 따위가 그렇다. 잘생긴 남자가 자신보다 못난 파트너를 만나면 그는 자신감을 소극적으로 표현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나는 이 사람에 비해 부족한 게 많아요. 상당히 아름다운 여인이 전 애인에게 하던 말과 같다.
그렇다면 제대로 된 파트너는 어떻게 만나게 되는 걸까?
사회심리학자들이 즐겨 사용하는 것은 자격시험 단계 모델이다. 후보자들은 신화나 동화에서처럼 결혼에 골인하기까지 여러 시험을 치른다. 외모 시험은 아주 초반에 치러진다. 그러니까 아름다움은 일종의 사랑 지킴이인 셈이다. 아름다움은 누군가에게 관심을 받을 수 있는지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지를 결정한다. 남녀의 교제가 이루어지는 복잡한 시장에서 아름다움은 질서 있는 힘이다. 이 힘은 상대가 적합한지 그렇지 않은지를 결정할 수 있게 해준다. 이 힘은 또한 후보자들을 정리해서 사랑의 에너지 흐름을 원활하게 소통시킨다.
올리히 렌츠 지음/박승재 옮김.(2008).아름다움의 과학.프로네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