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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은 힘이다

by blogger82391 2025. 3. 1.

아름다움은 힘이다. 는 보행자의 태도를 연구한 한 연구의 제목이다. 두 사람이 좁은 인도에서 마주쳐 지나갈 때 누가 누구를 피하는지는 누구의 매력이 더 크냐에 달려 있다. 보통은 아름다운 사람들이 길을 양보받는다. 사람들이 한 공간에 흩어져 있을 경우에도 동일한 현상이 나타난다. 아름다운 사람들은 덩치가 큰 사람들처럼 자기들 주변에 넓은 영역을 확보하고 있다.

아룸다움
아룸다움

 

사람들의 사회적인 서열을 매길 때도 우리는 자동으로 아름다운 사람들에게 더 높은 지위를 준다.

여기서 한술 더 떠 그들이 모든 면에서 우월하다고 여기기까지 한다. 다음 장들에서 우리는 인간의 뇌에 깊숙이 뿌리박혀 있는 반사작용이 어떤 사회적인 결과들을 낳는지 볼 것이다. 아름다운 사람들은 단지 아름답기만 한 것이 아니다. 그들은 아름다움에 더해 권위자처럼 우리를 주눅 들게 만들고 가슴을 쿵쿵거리게 하고 손에 땀이 나게 만드는 상류층이다. 아름다운 사람에게서 우리는 최고의 계층을 인식하고 이와 반대로 추한 사람에게서는 최하 계층을 인식한다. 다른 성에 대한 접근과 관련해서만 아름다움이 방향타인 것은 아니다. 힘에 대한 접근이 문제인 경우에도 그렇다. 순전히 경제학적으로 바라보더라도 아름다운 사람은 이미 다른 사람들이 가지지 못한 어떤 것을 갖는다.

 

누구나 간절히 바라지만 한정된 제화를 그들은 갖고 있다. 그리고 이 한정된 재화는 대가를 요구한다. 아주 복잡한 사회적 교환관계를 지닌 위계 사회에서 아름다움은 한정된 자원들에 대한 접근을 용이하게 만든다. 미인은 상류층과 결혼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아름다움 뒤에 추가적인 어떤 적응 성질들이 감추어져 있든 없든 그것이 순전히 장식이든 아니든 아니면 우리의 지각 과정의 부산물이든 아니든 상관없다.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볼 때 모든 것은 궁극적으로 동일한 결과를 가져온다. 아름다운 사람들의 유전자는 추월선에서 달린다. 

 

아름다움은 이성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동성에게도 힘을 발휘한다.

그 때문에 우리는 동성이나 이성의 아름다움을 인식할 수 있는 것이다. 아름다운 사람은 분명 이성만 아니라 동성까지도 유혹한다. 남자들은 언제나 위계질서를 세울 필요성을 강하게 느낀다. 그리고 이때 매력은 여자들의 경우에서보다 더 큰 역할을 할 것이다. 미국의 방학 캠프들을 주의 깊게 살펴보면 대개 가장 잘 생기고 잘 단련된 소년이 리더로 뽑히는 것을 볼 수 있다. 캘리포니아 대학의 심리학자인 캐머런 앤더슨은 다른 사람들에게 접근하는 능력 이외에도 매력이 최상위 계층에 대한 적합성을 결정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러나 이것은 남자들의 경우에만 해당한다. 이 모든 것은 단지 우리가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는 것을 확인해 준다. 남자들은 시각적으로 유혹을 받는다. 하지만 자신에게 마법을 걸고 조작하는 것이 여성적인 아름다움만은 아니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아름다움은 그 이상이다.

인간은 본성만 아니라 문화적으로도 사회적 존재다. 이는 아름다움을 순수하게 생물학적으로만 설명한 이론들이 무엇 때문에 인간에게는 잘 들어맞지 않는지를 밝혀주는 이유이기도 하다. 호모사피엔스의 노출된 피부에는 특별한 취향이나 유별난 기호에 의해 변형될 수 없는 피부가 1제곱 밀리미터도 없다. 신체만 아니라 얼굴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온갖 수단을 동원해 길게 만들고 싶어 하는 속눈썹은 르네상스 시대에서는 오히려 너무 길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그림에서는 빈번히 빠뜨려지기까지 했다. 오늘날 많은 아마존 원주민은 속눈썹을 혐오스럽게 여겨 뽑아버린다. 안 판 아이카의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14세기와 15세기에는 높은 이마라는 유행을 따르기 위해 이마 주변의 머리카락과 함께 눈썹이 뽑혔다. 눈썹은 높이 올라간 아치형으로부터 더 깊고 강한 형태에 이르기까지 수시로 변화하고 있다. 성형수술이 등장한 이후에는 바깥 부분의 3분의 1이 급격한 굴곡을 이루는 오르막 선이 특히 선호되고 있다. 입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강조된 윗입술이 아름답다고 여겨지지만 시대 또는 라파엘의 시대에는 강조된 아랫입술을 가진 작은 입이 인기 있었다. 오늘날처럼 도톰하게 부풀어 오른 입술을 가진 큰 입이 선호되는 것은 역사적인 관점에서 보면 신기한 현상이다. 높은 광대뼈와 성숙한 뺨 역시 모든 시대에 선호되었던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르네상스 시대에는 둥근 얼굴이 압도적인 인기를 누렸다.

 

우리의 두 번째 본성 즉 문화에 의한 사회적인 프로그래밍은 모든 유전학적인 프로그램보다 더 강하다. 진화론적으로 고찰해 볼 때 우리의 많은 문화적인 행동양식은 불필요하거나 아니면 진정한 재앙이라고 할 만하다. 그럼에도 바람 같은 속도로 세계에 널리 퍼지는 데 성공했다. 체중감량에 대한 집착, 따라서 생산력이 현저하게 제한되는 체중 등급에 속하는 체격에 대한 편애가 인상적인 예일 것이다. 

 

인간의 아름다움은 봄이 되어 호르몬이 흐르면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내는 지빠귀의 멜로디 같은 것이 아니다.

물론 우리의 신경과 호르몬 시스템 속에도 아름다움이 깊이 뿌리박혀 있다. 물론 이러한 생물학적인 멜로디는 우리의 문화가 제공한 음향 전체 속에 어우러져 있다. 이 때문에 아름다움이 상대적인 것이 아니라고 말하기는 이르다. 다음을 기억하도록 하자. 아름다움에 대한 판단의 50퍼센트는 취향의 문제이다. 이것이 많은 것인지 적은 것인지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 인간 간의 차이에 관심을 두고 있는 문화 관찰자에게 이는 아주 커다란 차이일 뿐이다. 하지만 인간 간의 공통점을 탐구하는 생물학자에게 그것은 단지 어깨를 들썩일 정도의 가치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누구는 브로콜리를 좋아하지만 전혀 좋아하지 않는다. 프랑스인들은 치즈를 좋아하고 중국인들은 치즈에서 썩은 우유를 본다. 초콜릿에 대해서는 대부분 의견이 일치한다. 그러나 어떤 사람도 종이나 톱밥을 맛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런 미각을 지닌 사람은 그 모든 이국적 유전자와 함께 굶어 죽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름다움도 다르지 않다. 비록 의식하지는 못한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수천 년 그리고 수백만 년 동안 진화에 의해 형성된 미적 감각을 우리 속에 지니고 있다. 문화적이고 개인적인 경험에 의해 이러한 감각이 개별적으로 형태화되고 변형된다고 해서 아름다움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힘이 변화되는 것은 아니다. 이때 좋은 유전자 나쁜 유전자 혹은 적합한 유전자가 문제가 되는지 또는 전혀 유전자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신경을 자극하는 어떤 지각 편애에 의해 제공된 순수한 감각적 즐거움이 문제가 되는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우리는 아름다운 얼굴에서 어떤 희망을 볼 뿐이다.   

 

 

 

올리히 렌츠 지음/박승재 옮김.(2008). 아름다움의 과학. 프로네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