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 좋으면 완벽한 권력 이런 단어들은 상당히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 네 가지 재료로 어우러진 수프 조합 속에는 인간이 그동안 원해왔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그리고 그 조합 속에는 아름다움 도덕 그리고 사회적 카테고리가 혼합되어 있다. 마음에 드는 수프 혼합을 한 냄비에 담고 마음에 들지 않는 수프는 다른 냄비에 담아보자. 그것이 내면이든 외면이든 상관없다.
이런 정신적 혼합은 어느 정도 규격화되어 있는 듯하다
주 지래. 로이스는 한 여자 동료에게 영화에서나 사용하는 라텍스 마스크로 호감 가는 얼굴을 만들어 1년 동안 살게 해보았다. 아이들은 이런 차이에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호감 가는 얼굴로 다가가면 아이들은 더 많이 놀려고 했고 다음을 열었으며 자주 웃어주었다. 아이가 두 발로 걷기 시작할 때쯤이면 이미 이런 고정관념이 머릿속에 자리를 잡는 게 틀림없었다. 주 지래. 로이스와 같은 연구소에서 연구하고 있는 애덤 루빈시테인은 이런 스테레오타입을 추적하는 데 성공했다. 그는 한번은 편안한 목소리를 한번은 불편한 목소리를 어린아이들에게 들려준 뒤 그들에게 두 개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한 사진은 예쁜 얼굴이었고 다른 사진은 못생긴 얼굴이었다. 아이들은 어떻게 반응했을까? 편안한 목소리가 들릴 때는 자신도 모르게 예쁜 얼굴의 사진을 쳐다보았고 불편한 목소리가 들리면 못생긴 얼굴의 사진을 보았다. 이러한 반응형태는 생후 9개월쯤이면 형성된다.
사회학 이론의 한 갈래인 사회학습 이론으로는 이런 반응을 예측할 수 없다
사회학습 이론은 스테레오타입이 교육이나 사회화의 결과로 만들어진다고 설명하며 이런 스테레오타입이 세대를 이어 계승되는 데에는 미디어가 큰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아기들이 미디어에 노출되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혹시 교육이 이루어지기도 전인 젖먹이들의 머릿속에도 예쁜 것에 대한 선호가 처음부터 자리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리고 사회화가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이런 스테레오타입은 점점 더 강해져야 맞는 것 아닌가? 하지만 현상은 정반대로 나타났다. 아이들의 스테레오타입은 어른들보다 더 강하게 각인되어 있는 듯하다. 사회학습 이론은 아름다움의 스테레오타입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혼동의 가치
스테레오 타입은 어떻게 소뇌에 전달되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에 대해서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놀랍게도 미학 연구자들은 이러한 문제에 전혀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들은 다음과 같은 질문에 두 손을 들고 만다. 아름다운 과 좋은 을 같은 것으로 인식하게 하는 것은 어떤 진화적 감각일까? 우리가 예쁜 사람을 더 잘 가르치는 선생 더 맛있게 만드는 요리사 더 잘 모는 운전사 더 훌륭한 정치인 등등이라고 여긴다면 번식 우위와 연결해서 볼 때 도대체 무엇이 적합해야만 할까? 더욱이 우리는 그들이 도덕적으로 더 고결하며 믿음이 가고 자기희생적이며 동물을 사랑한다고 여기기까지 하니 말이다. 의식적 사고의 수준에서 우리의 뇌는 좋은 과 아름다운 이라는 두 개의 카테고리를 명확하게 구분한다. 하지만 뇌 어디에서 감각 인식의 평가를 문제로 다루느냐를 놓고는 잠재의식 속에서 불쾌한 상황이 벌어진다. 이때 오래되고 빠른 반응에 특화된 뇌의 한 부분이 그 역할을 수행한다. 이 부분은 우리가 미개한 동물에 더 가까웠던 시기부터 지니고 있었던 부분이다. 아주 오래된 이 신경 네트워크는 태연하게 좋은 것과 아름다운 것을 묶어버린다.
이런 분류 기준으로 보자면 스테레오타입은 진화의 부산물이자 진화의 논리에서 피해 갈 수 없는 결과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 부산물은 발달 과정에서 처음부터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니라 이미 갖추어진 기관에서 최선을 다한 선택의 결과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최선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늘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하여 타협과 절충이 일어난다. 우리 뇌에서도 이런 타협과 절충이 이; 어나 신경회로가 불가피하게 변경되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타협에 의한 회로의 변경으로 생성된 두되 기관은 다른 것들과 함께 우리 생명체에 완벽하게 적응한다.
올리히 렌츠 지음/박승재 옮김.(2008).아름다움의 과학.프로네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