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자기들이 보기에 아름다움의 여왕들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물고기가 그런 아름다움을 볼 경우 무섭다고 물속 깊이 사라질 것이며 새는 놀라 날아가 버릴 것이다. 이는 옛 중국의 철학자인 장자의 가르침에 들어 있는 말이다. 물론 현대 진화론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말이지만 그럼에도 그것은 현대 진화론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 중 하나를 짚어주고 있다. 각각의 개체가 합궁을 목적으로 일시적으로나마 각기 다른 성에 속하는 개체들에 끌리도록 프로그램화되어 있을수록 서로 다른 종에 속하는 개체들에는 매력을 느끼지 않는다. 어찌 됐든 이종 간의 합궁은 배서의 경우에서처럼 생식능력 없는 후손이라는 결과를 낳는다. 이로써 우리는 이번 장의 결론에서 성적 선택 이론들 가운데 비록 소수 견해이기는 하지만 나름대로는 아주 흥미로운 논증을 제시하는 설명을 접하게 된다. 이 이론에 따르면 아름다움은 아주 평범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아름다움은 각 개체가 리비도를 자기가 속한 종의 개체들로 이끌어야 한다. 그 이론에 따르면 치장은 종을 알아보는 데 기여한다.
이것이 인간에게도 적용될 수 있을까?
일단 그런 것 같지는 않다. 근본적으로 우리는 유일한 인간 종이고 우리와 가까운 친척관계에 속하는 세 개 혹은 네 개의 유인원들은 실제로 우리와는 멀리 떨어져 있다. 인간은 진화론적으로 고아지며 호모 종의 유일한 생존자이다. 호모 종의 마지막 사피엔스는 아니지만 대표급에 속하는 네안데르탈인은 2만 5,000년 전에 멸종했다. 물론 우리 또한 예전에는 아주 가까운 가족 군들에 속한 개체들과 함께 발생한 종이다. 그리고 그럼으로써 종 알아보기 가설은 호모사피엔스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 흥미롭게도 척추동물들에 있어서는 가까운 친척관계의 종들이 유별나게 차이가 난다. 마치 그것들이 아주 특별나게 구분되어야 할 이유라도 있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특히 인간의 경우에는 더 극단적이다. 예를 들자면 18세기의 철학자인 에드먼드 버크는 인류의 눈에 원숭이보다 추한 동물은 거의 없다. 고 썼다. 우리는 특히 인간적인 것을 특별나게 매혹적인 것으로 느끼는 듯싶다. 우리가 우리의 조상들과 가장 다른 점도 그것이다. 무엇보다도 피부에 털이 없는 것이 그렇다. 인간에게는 여전히 500만 개의 모낭이 있지만 그중 아주 작은 소수만이 털 없는 원숭이들의 몸에서 눈에 띄는 털을 만들어낼 뿐이다. 어떤 문화에서든 얼굴에 털이 난다는 것은 여자들의 악몽이다.
얼굴 모양도 야만적인 원시 상태에서 멀어질수록 진화의 최종점으로 간주한다.
실제로 지난 10만 년 동안 인간의 머리뼈는 현저하게 변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에서 여자는 분명히 큰 폭으로 앞서갔다. 눈의 융기는 깊어졌고 이마는 높아졌고 턱 부분은 가냘파졌다. 우리 조상의 야만적인 형태로부터 멀리 떨어진 신체의 계속된 진화에서도 여자들은 앞서간 듯 보인다. 여자들은 우리와 친척관계인 원숭이들의 굵고 튼튼한 목과는 대조적으로 가는 목으로 시작하여 엉덩이와 가슴으로 끝난다. 그것들은 인간과 원숭이를 다르게 해주는 글자 그대로의 특성이다. 물론 이는 우리의 망상일 수도 있다. 여자의 척추가 굽은 것도 직립보행 엉덩이 그리고 가슴과 결합하여 섹시한 사인에 속한다.
우리는 대략 아름다움에 대한 우리의 감각이 단순한 원칙을 따른다고 생각할 수 있다.
원숭이와 유사한 우리의 조상들과 다르면 다를수록 그만큼 더 매혹적이다. 이미 말했듯이 이것은 소수자의 견해이다. 그러나 그것은 주류로부터 유래하는 경쟁 이론들과 한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15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다윈의 공작새 수수께끼는 여전히 비밀에 싸인 채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올리히 렌츠 지음/박승재 옮김.(2008). 아름다움의 과학. 프로네시스.